바이킹의 축제에서 유래된 뷔페 

홍익희(세종대 대우교수, 유대인 이야기 저자)

먹는 양이 많은 사람, 또는 한번에 다채로운 종류의 음식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뷔페만큼 매력적인 선택도 없을 것이다. 이 뷔페 문화는 어디서부터 유래했을까?

음식을 다 같이 먹고 남을 정도로 푸짐하게 펼쳐놓는 뷔페는, 의외로 당시 척박하고 식량이 부족했던 북유럽의 바이킹들에게서 기원했다. 게르만족의 일파인 바이킹들은, 농사환경이 척박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덴마크에서 살면서 농사짓는 대신 식량을 바다에서 구해야 했다. 다행히 덴마크 일대의 북해 연안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드넓게 펼쳐진 대륙붕이라 수자원이 풍부했다. 그래서 그들은 오랫동안 고기잡이와 해적질을 하며 살아왔다.

바이킹들은 해적질을 하는 동안에는 배 안에서 소금에 절인 음식과 햇볕에 말린 음식만 먹었다. 대신 고향에 돌아오면 해적질로 얻은 노획물들을 다 같이 펼쳐놓고 그간 먹고 싶었던 온갖 신선한 음식을 한 곳에 가득 차려놓고 밤낮으로 즐겼다고 한다. 이것이 뷔페의 기원이다. 이런 바이킹은 유럽의 봉건군주국과는 달리 평등사상을 갖고 있었다. 물건을 약탈하면 선장과 선원들이 약탈품을 공평하게 나누었다. 그들의 단결력이 강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바이킹들은 마을의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는 모든 사람들이 참석하여 진행하는데 회의에서 안건이 결정되고 나면 모두 모여 놀이를 즐겼다. 평소에 힘드니, 즐길 땐 제대로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이 마치 허리띠를 풀고 비장하게 뷔페에 입장하는 현대인과도 비슷한 것 같다.

바이킹은 강력한 전투력으로 발트 해와 북해의 해상권을 장악한 후 전 유럽을 침략해 약탈을 일삼았다. 당시 지중해는 이슬람이 장악하고 있어 프랑크 왕국과 비잔틴 제국은 위로도 아래로도 해상으로는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대륙에 갇혀 살았다.

이후 바이킹은 해상권을 바탕으로 통상에 눈을 떴다. 그들은 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수로를 통한 내륙 운송 루트를 개척하여 북유럽 교역망을 만들어 상권을 장악했다. 바이킹이 유럽 곳곳에 구축한 해상 교역망과 내륙 수로 덕분에 11~12세기 이후 유럽의 상업도시는 크게 발전했다. 바이킹이 암흑의 중세를 상업과 교역으로 흔들어 깨운 것이다.

‘뷔페(buffet)’는 원래 열차 안이나 정거장에 서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마련된 식당을 가리키는 프랑스 말에서 유래했다. 또한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상차림을 ‘스모르가스보르드(Smorgas bord)’라고 불렀다. 이 단어는 집에서 만든 음식을 펼쳐놓고 손님들을 초대한 데서 나온 것이다. ‘smor’는 빵과 버터를, ‘gas’는 가금류 구이요리를, ‘bord’는 식탁을 각각 의미한다고 한다. 이런 상차림의 장점은 좁은 곳에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많은 손님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후에도 뷔페는 17∼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하고, 19세기에는 영어권 국가들에도 퍼져나갔다. 

뷔페가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초창기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호텔 덕분이었다. 카지노 호텔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좀 더 많은 시간 호텔 내에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그래서 호텔 내 ‘시계와 거울 그리고 창문’을 모두 없앴다. 손님들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모두 제거한 것이다.

여기에 고객들이 식사하러 호텔을 나가 다른 식당에 가는 것도 큰 문제였다. 그래서 손님의 가장 중요한 식사를 외부의 다른 레스토랑에 뺏기지 않게 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가 현대식 뷔페였다. 손님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식사를 호텔 내 한자리에서 한꺼번에 제공하는 것이었다. 한번 들어오면 호텔 내에서 ‘고객의 온갖 음식 욕구’를 저렴한 가격에 해결해 주면서도 빨리 식사를 마치고 도박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카지노 호텔의 현대식 뷔페는 빠른 속도로 발달해 널리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