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 

한 근 태(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Street Smart'는 세상물정에 빠삭하다는 의미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사회에서 배우는 것은 다르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서도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사실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운 것과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가 어떤 곳인가를 설명한다는 것은 군대를 다녀오지 못한 사람에게 군대가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것만큼이나 난감한 일이다. 확실한 것은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잘나가는 컨설턴트를 거쳐 중견기업의 오너가 된 김 사장은 제약회사 영업사원 출신이다. 공부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했다. 그가 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곳은 제약회사다. 영업 중 가장 힘든 영업이 제약 영업이다. 그는 약국 상대 영업을 했는데 그가 배운 모든 것이 그때 몇 년간의 약국 영업에서였다고 한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략 수립이 우선이었다. 제품별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짤 것인지, 어떻게 제품을 공급하고 현금회수를 할 것인지, 재고를 어떻게 할 것인지, 현금회수를 미루는 약국주인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공짜 샘플이나 서비스를 바라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수많은 약국을 돌아다니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시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장표 정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회사 목표와 약국 주인과의 니즈를 어떻게 슬기롭게 조절할 것인지…. 몇 년간 이런 전략을 짜며 영업을 하다 보니 경영에 대한 통찰력이 생겼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0%의 제품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것, 20%의 약국 주인이 수익의 80%를 주고 있다는 것, 거기에 따라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지 알게 되었고, 또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다 보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과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단다. 한마디로 그는 세상의 모든 경영 법칙을 영업사원을 거치면서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경험만으로는 안 된다. 그런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독립해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조직생활을 통해 일을 배우고 인맥을 쌓은 후 사업을 시작한다.

대기업 간부를 거쳐 중견기업의 오너가 된 박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젊은 시절 많은 고생을 했다. 고시 공부에서 몇 번 실패한 후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과도한 업무, 얼마 안 되는 봉급,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만족한 생활은 못했다.

하지만 대안이 없었던 그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밑바닥 생활을 거치면서 그는 일하는 방법, 전문성, 기업 구조, 프로세스, 사람 대하는 기술 등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기업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운영되고 어떻게 가치를 창조하는지를 느꼈다. 힘들었지만 시야가 넓어졌다.

우연한 기회에 작은 기업을 인수한 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10년 이상을 현장에서 땀 흘리며 고생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만약 별다른 고생 없이 부모가 준 돈으로 기업을 인수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우리는 평생 공부해야만 한다. 지금같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배움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 인생이 중단될 가능성도 높다.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배운다. 상사로부터, 고객으로부터, 동료로부터 배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분야에서는 일정 단계에 올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