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에서 빠져 죽다? 

조 석 준(기후변화저녈 대표, 제 9대 기상청장)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하늘은 쳐다볼 때마다 다른 표정을 갖고 있는 것은 왜일까? 사계절의 하늘이 다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여름 하늘에선 특히 배추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소나기구름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소나기구름이 나타나면 천둥, 번개가 치면서 순식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나기구름을 기상학에서는 적란운으로 부르고 있다. 적란운은 구름 가운데서도 가장 두껍게 발달하는 것으로, 온갖 나쁜 날씨를 유발시켜 국지적으로는 태풍 못지않은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하늘에 떠 있는 시한폭탄이라 부르기도 한다. 소나기구름이 유발시키는 악천후의 대표적인 것이 집중호우현상이다. 최근 장마전선을 영향을 받는 남부지방에 한 시간에 70mm가 넘는 장대비가 쏟아진 적도 있었다. 이것은 장마구름 속에 섞여 있는 소나기구름 때문이다. 이 밖에 소나기구름이 발달하면 천둥, 번개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이따금 우박이 떨어져서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주는 한편, 심지어는 가축이나 사람이 다치는 경우도 있다.

전형적으로 잘 발달된 소나기구름은 구름의 아래쪽이 짙은 회색이고 높이가 15km로 대류권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소나기구름의 구조를 살펴보면 땅 표면에 가까운 구름의 아래쪽은 수많은 물방울로 되어 있다. 그러나 높이가 4~5km가 넘는 부분부터는 수많은 얼음알맹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 까닭은 하늘로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져서 대략 4km 지점부터는 대기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10km쯤 올라간 상공은 영하 30~40도의 추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나기구름의 상층부에 햇빛이 비치면 눈이 부실 정도의 하얀 빛깔을 띠게 되는데, 이것은 바로 그 부분이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소나기구름을 잠시 쳐다보고 있노라면 금방 눈에 띌 정도로 겉모습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소나기구름의 내부에 상승기류, 하강기류 같은 강력한 공기의 소용돌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비행기가 잘 발달된 소나기구름 속으로 들어간다면, 비행기는 순식간에 엄청난 기류에 휘말리거나 설혹, 구름 속에서 빠져나왔다 해도 구름을 통과하는 동안에 커다란 얼음덩어리에 부딪쳐서 기체가 파손된다. 소나기구름의 내부에는 상승기류 등으로 만들어지는 부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직경 수십 센티미터 크기의 얼음덩어리들도 수없이 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의 동체 같은 엄청난 크기의 물체도 부서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1959년 미국에서의 사건이다. 비행기를 타고 소나기구름 속을 통과하다가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낙하산으로 소나기구름 내부를 따라서 내려온 조종사가 있었다. 그는 10여 킬로미터나 되는 소나기구름 속을 통과하는 동안에 몸의 모든 부분이 터질 것만 같은 통증을 느꼈으며, 기류의 소용돌이 때문에 수십 차례에 걸쳐서 이리저리 내동댕이쳐졌다고 한다. 그가 내려오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비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빗물을 많이 먹게 되었고, 급기야는 하늘에서 익사하는 상태까지 될 뻔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조종사는 정상보다 4배나 긴 시간인 40여 분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는데 한동안 그는 기억상실증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장마철에는 특히 소나기구름이 잘 나타난다. 다만 장마철에는 많은 비구름 속에 소나기구름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려내기가 무척 힘이 들 뿐이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는 일기예보를 참고로 해서 소나기구름의 위치를 알아낸 다음 소나기구름이 빚어내는 악천후들과 맞닥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