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얻는 배움 

한 근 태(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나는 미국에서 재료공학(고분자공학)으로 유학생활을 마치고 대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한 회사만을 위해 내 지식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좀더 폭넓게 전공 지식을 활용하여 다른 기업도 도와주고 실력도 갈고닦자는 목적으로 같이 유학을 한 친구들과 재료분야만을 전문으로 컨설팅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누님에게 돈을 빌려 공동으로 투자를 하고 사무실을 얻고 직원까지 뽑아 제법 멋지게 시작했다.

주중에는 각자 일을 하고 주말에만 컨설팅 일을 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연고로 1~2개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일을 진행했지만 엑스트라로 일하는데 좋은 성과가 날 리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이는 것도 시원치 않고 프로젝트 수주도 일어나지 않았다. 6개월 만에 돈과 시간만 날리고 그 회사는 문을 닫았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난 그 사건을 통해 두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다.

첫째, 시장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시장은 결코 만만하고 호락호락하지 않다. 시장의 판단은 정확하다. 많은 사람이 알량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독립하거나 회사를 차린다. 그들이 가진 지식과 상품이면 사람들이 환호할 것으로 착각한다. 시장은 그런 냄새를 맡는 데 천부적이다. 이 사람이 고수인지 아닌지는 몇 마디만 나눠보면 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대부분의 상품과 지식은 별 볼일 없다. 실무 경험도 없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전부인 사람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나는 실패를 통해 컨설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절감했다.

둘째, 전력투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비된 상태로 일할 수는 없다. 다 부족한 경험과 지식으로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그 일에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하는 것이다. 전력투구를 하면 기회가 생긴다. 깨지면서 배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들 직장이 있는 상태에서 주말만을 이용해 회사를 운영했다. 사무실에는 여직원 한 명만 놔둔 상태로 말이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로 좋은 성과가 나기를 기대했다. 참으로 순진무구했다. 대충 쉬엄쉬엄했는데 큰 성과가 났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새 밧줄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 잡고 있는 낡은 밧줄을 놓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때 한 실패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실패로 인해 더 큰 실패를 방지할 수 있었고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할 때 훨씬 신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혼다 소이치로는 “많은 사람이 은퇴하면서 자기가 아무런 실패를 하지 않은 채 직장 생활을 마감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은퇴할 때 많은 실패를 저질렀지만 언제나 더 나아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다. 실패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혼다에 필요치 않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나의 가장 큰 실패는 별다른 실패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곳에 도전하지 않았고 안주했다는 이야기다. 무언가를 하면 실패를 하게 된다. 실패를 통해 많이 배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다. 그것은 행동하고, 실패하고, 개선해나가면서만 배울 수 있다. 바로 그때 지혜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