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 

한 근 태(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성장한다.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뭔가를 생각할 때도 그렇다. 사람 사이에 있으면서 책을 읽고 사색할 수는 없다.

그런데 혼자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필요성을 느끼고 의지가 있어야 한다. 혼자 있는 걸 못 견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만 나면 어딘가 전화를 하고, 카톡을 보내고, 자꾸 약속을 만들고 모여야 안심하는 사람도 많다. 그게 잘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그룹이든 속하려고 애쓰면서 자꾸 그런 모임을 만든다. 과연 그게 바람직할까?

괄목상대(刮目相對) 란 말이 있다. 볼 때마다 상대의 발전한 모습에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된다는 말이다. 괄목상대 할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한 제1의 조건은 독서다. 밥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운동하지 않고는 몸을 만들 수 없듯 독서 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다.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독서다. 매일 독서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말아야 한다.

괄목상대란 말도 책에서 유래했다. 무식했던 여몽이란 사람이 공부하라는 친구의 충고를 받은 후 매일 책을 읽어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깜짝 놀랐다는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독서만한 방법은 없다. 지속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세월이 흐른 후 큰 차이가 난다.

글을 쓰는 것도 성장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글을 쓰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정리되고 차분해진다. 독서와 글쓰기 모두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작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바로 시간 부족 때문이다. 운동을 못하는 것도, 책을 읽지 못하는 것도 글을 쓰지 못하는 것도 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언제쯤 시간을 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아마 영원히 시간은 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이다. 다른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고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는 대신 시간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선순위만큼이나 혼자 있는 시간 확보가 중요하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남산만 한 배를 미워하면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것 역시 그렇다. 애들은 잘 때 자라고 어른들은 혼자 있을 때 성장한다. 사람들과 있을 때 배우고 느낀 것을 혼자 있으면서 소화해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난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기쁨이다. 같이 있는 시간이 좋긴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힘이 든다. 단체로 어디 여행을 갈 때가 그렇다. 계속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든다. 주변을 의식해야 하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난 사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빈 시간을 좋아한다. 강의나 약속이 없는 날은 가슴이 설렌다. 이 날을 어떻게 보낼까 혼자 궁리를 많이 한다. 혼자 산에도 가고,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본다. 혼자 밥도 먹고 서점도 들어가고, 찻집에 들어가 글도 쓴다.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표정도 살핀다. 세상에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혼자 있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깜빡 잊고 있던일도 떠오르고, 써야 할 글의 소재도 생각나고, 보고 싶은 친구 생각도 나고, 반성도 하게 되고, 미래 계획도 세우게 된다.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 사람 사이의 만남도 그렇다. 지나치게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뭐가 그리 바쁜지 옆에 있는 나까지 정신이 없다. 무슨 모임이 그렇게 많은지 마치 국회의원 출마를 앞둔 사람 같다.

바쁜 것과 유능한 것을 동일시하는 사람도 있다. 주중은 주중대로 바쁘고 주말은 어딘가로 꼭 놀러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가만히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뭔가 속이 허하고 자신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관계 속으로 도피하려는 사람들이다.

얼마나 자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가? 혼자만의 시간에 무얼 하는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권한다. 그때 우리는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