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성장보다 성숙해야 할 시간 

 유 영 만(지식생태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세계적인 바이올린의 명품인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다른 바이올린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만 신비한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신비한 소리를 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바이올린을 만드는 나무에 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빙하기 때 자란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나무는 여름에는 잘 자라지만 겨울에는 거의 자라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성장을 멈추고 나목裸木으로 버티면서 새봄을 준비하는 휴면기를 갖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겨울 동안에도 나무가 자란다는 점입니다. 비록 여름에 비해 활발하게 성장하지는 않지만 겨울에도 모진 풍상과 추위를 나목으로 버티면서 새봄이 올 거라는 희망을 잉태합니다. 그동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씩 자랍니다. 작은 성장이지만 의미심장한 고통이 나무를 더욱 튼실하게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셈입니다.

나무의 성장은 나이테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나이테 간격이 넓은 것은 여름에 자란 흔적이고 좁은 것은 겨울에 자란 흔적입니다. 나이테 간격이 좁다는 것은 그만큼 나무가 자라는 동안 환경이 녹녹치 않았음을 뜻합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계속되는 겨울 동안 나무는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면적 성숙을 통해 새봄을 준비합니다.

빠르게 성장한 나무는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부러집니다. 느리게 자란 나무는 시련과 역경을 견뎌냈기에 웬만한 충격과 압력에도 부러지지 않는 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신비로운 소리를 내는 것은 바로 빙하기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며 그 고통을 내면적으로 승화시킨 나무의 생존력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런 시련과 역경 없이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사람은 작은 장애물과 걸림돌에도 쉽게 넘어집니다. 그러나 고뇌의 족적을 수도 없이 남긴 인생의 뒤안길에는 상처 뒤에 남은 흉터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롱져 있습니다. 걸림돌을 만나면 디딤돌로 삼고, 한계를 만나면 도전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한 사람은 빠른 성장보다 느린 성숙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들입니다.

빠르고 쉬운 길을 일부러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밝은 등불 역할을 하는 사람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도전 속에서 성취의 보람을 느낍니다.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에게서는 그들만이 낼 수 있는 인간적 향기와 독창적인 컬러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늘 해왔던 만큼의 단순한 변화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난관이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급하게 성장하기보다는 내공을 키우는 성찰과 성숙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잠시 멈춰 서서 근본적인 자기 변신을 시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변화의 끝에서 변신은 시작됩니다! 탈을 바꿔 쓰는 탈바꿈에는 당연히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성장통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 나를 키우는 물음표

성장은 완결된 목표를 지향하지만 성숙은 미완성이기에 언제나 희망의 여지를 갖고 있다. 성장은 목표 달성 정도를 문제 삼지만 성숙은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에서 느끼고 배우는 깨달음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오늘 나는 성장하기 위해 더 힘을 쏟았는가, 아니면 성숙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는가?

●● Start Again

성장은 완결된 목표를 지향하지만 성숙은 미완성이기에 언제나 희망의 여지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