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은 고요하다 

조 석 준(기후변화저널 대표, 제 9대 기상청장)

올해 우리나라는 역대급 장마를 겪은데 이어 연이어 세 차례 태풍의 영향을 받아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있었다.

사람들이 태풍의 모습을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60년대 중반 세계 최초의 기상 위성이 지구 상공으로 쏘아 올려진 때부터다. 이 때 사람들은 구름 사진을 통해서 웅장하고도 아름답게 보이는 동그란 태풍의 실체를 확인했다.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태풍(Typhoon)은 북서 태평양 및 남지나해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 가운데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17미터 이상인 것을 말한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는데, 대서양에서 발생하여 멕시코․미국․캐나다 등에 피해를 주는 허리케인, 인도양의 사이클론, 호주 부근 해역의 윌리윌리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메리아나 해구 등이 포함된 드넓은 북서 태평양에서 만들어진다. 연 평균 28개 정도 발생하는 태풍은 태어난 지 3~4일이 지나면 구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동심원의 구름 소용돌이가 된다. 그 다음 태풍은 서쪽으로 움직여 필리핀이나 중국 쪽으로 가면서 서서히 북상하여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태풍은 태어나서 중심 부근의 풍속 초속 17미터 이상으로 발달하면 이름이 붙는다. 과거에는 태풍 이름을 괌도에 있는 미국 태풍경보센터에서 알파벳순으로 미리 정해진 92개의 영어 이름을 그 해 발생 순서에 따라 붙였다. 1978년 이전에는 태풍의 위력이 약해지라는 의미로 여성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WMO(세계기상기구) 산하 태풍위원회에서 태풍에 관련된 한국등 14개 국가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28개씩 5개조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사용한다. 이번에 큰 피해를 준 제 10호 태풍 하이선은 중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바다의 신이라는 의미이다.

구름 사진에서 태풍을 보면 중심 부근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이 발견된다. 이것이 바로 태풍의 눈으로 격렬한 폭풍우의 집합체인 태풍에 있어서 유일하게 날씨가 좋은 구역이다. 태풍의 눈은 반경이 20~100킬로미터 정도가 되며, 자기가 있는 지역이 태풍의 눈에 들어 있을 땐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 이따금씩 열대 지방의 새가 태풍의 눈에 갇혀 우리나라가지 이동해오는 경우도 있다. 태풍은 직경이 보통 1,000킬로미터가 넘어 한반도를 덮고도 남으며 큰 것은 직경이 1500킬로미터가 되는 것도 있다.

공기의 거대한 소용돌이인 태풍은 1945년 이론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만 배가 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태풍이 뿜어내는 비바람의 강도는 웬만한 화산 폭발의 열 배 정도의 위력이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 같은 태풍이 지나갈 때에는 홍수, 산사태, 해일 등 각종 자연 재해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 이따금씩 열대 지방 특유의 괴질도 발생해서 가축이나 농작물 등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