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없으면 지식도 없어 

유 영 만(지식생태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지식은 생각만큼 빠르게 창조되지 않습니다. 지식 기반 사회가 왔다고 저절로 지식이 창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지식이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고 허풍을 떨기도 합니다. 물론 정보는 빛의 속도로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은 지식 창조의 주체와 인간적 접촉을 해야만 공유될 수 있습니다. 정보는 디지털 네트워크나 웹사이트에 접속(click)하면 얻을 수 있지만 지식은 접촉(touch)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정보는 효율적으로 공유되지만 지식은 효과적으로 공유될 수 있습니다. 효율은 속도와 친구지만 효과는 느림과 친구입니다. 정보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어서 효율적이지만, 지식은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어서 효과적입니다. 지식은 효율과 속도를 싫어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속도와 효율을 부가시켜 지식을 빠르게 공유하려고 합니다. 지식에 속도와 효율이 붙기 시작하면 지식은 사라지고 정보만 난무합니다. 정보가 마치 지식인 것처럼 오인(誤認)하고 오해(誤解)해서 오용(誤用)되면 역기능적 병폐가 나타납니다.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고와 정성을 아끼지 않는 사람일수록 지식기반 사회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정보의 지식화’가 이루어지려면 느림과 여유, 멈춤과 휴식이 필요합니다. ‘휴식(休息)’이라는 한자를 분석해보면 ‘사람人’과 ‘나무木’‘, 자신自’과 ‘마음心’이 어울려서 탄생한 말입니다. 즉 휴식은 ‘사람人’이 ‘나무木’ 옆에 가서 ‘자신自’의 ‘마음心’을 스스로 돌아본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나무 옆에 기대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찰 속에서 지식이 탄생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식(知識)’은 ‘지식止息(멈춰 서서 자신을 반성해보는 지식)’일 뿐만 아니라 ‘지식遲識(천천히 탄생하는 지식)’이기도 합니다.

지식은 휴식 속에서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지금의 위치를 성찰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곰곰이 고민해보는 가운데 탄생하는 ‘지식志識(뜻을 갖고 미래를 생각하는 지식)’일뿐 아니라 ‘지식指識(미래 지향적 꿈을 생각해보는 지식)’이기도 합니다. 지식은 시끌벅적한 시장 한가운데에서 탄생되지 않습니다. 지식은 시장 밖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시장 바닥의 의미를 반추해보는 가운데 탄생됩니다. 휴식은 지식을 창조하는 원동력입니다. 휴식 없이 지식은 창조되지 않습니다.

●● 나를 키우는 물음표

나는 수많은 정보를 주워 모으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아니면 수집된 정보로 내 지식을 창조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수집된 정보를 내 지식으로 창조하는 휴식이 없으면 정보는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 Start Again

대나무가 높이 자라는 것은

마디라는 휴식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