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절이 공존하는 가을산 

                               

조 석 준(기후변화저널 대표, 제 9대 기상청장) 

가을비는 한번 올 때마다 기온이 뚝뚝 떨어진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수은주가 내려가는 속도는 높은 산일수록 더욱 빠르게 마련인데 가을산을 보다 안전하게 즐기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평지에는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을 가을로 잡는데 산에서의 가을은 너무 짧아서 9월과 10월 단 두 달뿐이다. 여기에다 산의 높이나, 지역까지 고려하면 그 기간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중부 산악지방은 최소한 10월 중으로 눈이 내리기 때문에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달은 9월과 눈이 오기 전까지의 10월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가을산은 계절 흐름은 평지보다 한 달 이상 빠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을산에서 가장 특징적인 기상현상은 일교차가 아주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낮에는 여름처럼 덥다가 밤부터 새벽까지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교차의 극단적인 예로 10월 어느 날에 해발 800m가 넘는 대관령 지방의 최저기온이 영하 7도였을 때, 최고기온이 24도 까지 올라간 경우가 있었다. 이 정도면 한날 한곳에 여름과 겨울 두 계절이 공존한 셈이다.

이 밖에도 가을산은 장소에 따른 기온 차이도 상당히 크다. 대체로 산록의 기온은 계곡보다 4도 이상 높은데 날씨가 맑은 날일수록 이 차이는 더욱 커진다. 따라서 계곡에서 야영을 할 때에는 겨울산행과 같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등산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산에서는 높이에 따라 햇빛을 받게 되는 시간이나 열량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기온의 역전층이 자주 만들어진다. 도시의 오염물질이 정체하는 것처럼 산 중턱에 역전층이 형성되면 계곡마다 가득히 짙은 안개가 끼게 된다. 산 중턱에 걸려 있는 구름들은 산 아래서 보면 보통 구름처럼 보이지만 실제 산 중턱까지 오르다 보면 어느새 안개 속을 지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해가 빨리 지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데 높은 산일수록 일몰시간이 더욱 빠르게 된다. 그러므로 가을철 등산은 일찍 시작해서 해가 지기 전에 모든 산행을 마쳐야 한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조명기구와 예비전지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또, 양초나 버너의 예비연료 등도 준비해서 조난시에는 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도 미리 알아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