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언제나 최악을 친구로 살아가

유 영 만(지식생태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한양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40명 전원에게 F학점을 준 적이 있습니다. 책 한 권을 정독해야 쓸 수 있는 리포트를 숙제로 내줬는데 기대 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당시의 학생들은 이 일을 잊지 못하고 술자리에서 꺼내 말하곤 합니다. 그러니 당시 F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아마도 뒷말을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러나 최악의 일이 최고의 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F학점을 다시 안 받기 위해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나중에 인생의 큰 경험이 됐다고 말합니다.

최고란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최고는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을 뜻합니다.  최고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끊임없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최고가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최고는 최악을 친구로 삼습니다. 최악이 없다면 최고는 순식간에 최하위로 전락하고 맙니다. 최악이라는 시련과 역경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최고만이 기쁨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최고가 탄생되는 여정에는 언제나 최악의 시련과 역경이 함께 합니다. 최악은 최고가 되기 위해 반드시 경험해야 되는 필수코스입니다.

《죽음의 수용소 Man’s Search for Meaning》, 《삶의 의미를 찾아서 The Willing to Meaning》 등의 저서를 남긴 빅터 프랭클은 온갖 수난과 갖은 속박 속에서도 유태인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히틀러의 자살 이후 감옥에서 살아나왔습니다. 그 후 그는 감옥에서 경험한 최악의 상황을 인간의 의지로 다스리는 ‘로고테라피(Logo Therapy)’ 기법을 개발하고 그 심리학파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최고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고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잘 모르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최고가 되어 누리는 영광과 환희를 구경하면서 최고가 된 사람을 부러워하고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최고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도 없습니다. 결과가 있으면 그만큼의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숨어 있는 노력, 최악의 고난과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이 최고를 탄생시키는 유일한 비결입니다. 최고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면서도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낍니다. 뭔가 부족하고 아쉽다는 느낌은 다음번에 더 잘해야겠다는 아쉬움과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다른 표현입니다.

진정한 최고는 겸손합니다. 겸손은 실력 있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입니다. 실력 없는 사람이 겸손하면 비굴해 보입니다. 겸손은 최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자세와 태도입니다. 최고는 언제나 초보자의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자신이 최고라고 인정하고 안주하는 순간이 퇴보하기 시작하는 순간임을 잘 압니다. 최고를 지키는 유일한 비결은 늘 처음 출발할 때의 마음으로 일하는 것입니다. 최고가 되었어도 새로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한결같은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 나를 키우는 물음표

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최고가 되겠다는 다부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가? 최악의 상황을 걸림돌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디딤돌로 생각하는가?

최고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최고는 문제의 근원을 안에서 찾는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환경을 지배하기도 한다. 최고는 환경에 휘둘리기 이전에 자신이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마음을 다진다.

●● Start Again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절대로 쓰지 마라.

좋아하지만 잘할 수 없는 일은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