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으로 이어지는 집중력의 힘

한근태(한스컨설팅 대표, 미국 애크런대 공학박사)

공부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무엇일까?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 그들은 모두 집중력이 뛰어나다. 상대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듣고 거기에 관해 질문한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반대로 일 못하는 사람은 늘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한다. 그런 사람 중 자신은 생각이 너무 많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을 생각이 깊은 철학자로 포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생각이 많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 나는 생각이 많은 것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현재 여기 존재하는 대신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일을 후회하거나 아니면 미래 일을 앞당겨 걱정하느라 정작 지금 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앞에 있는 사람과 밥을 먹으면서 다른 사람과 카톡을 한다. 국어시간에 수학공부를 하고, 수학시간에 국어공부를 한다. 회사에 앉아서는 집안 걱정을 하고 집에서는 회사 생각을 한다.

정말 영양가 제로인 행동이다. 이런 식으로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뭔가를 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낭비한 것이다. 간혹 이런 사람을 신중하다, 생각이 깊다는 식으로 잘못 평가하기도 하는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이를 걱정으로 대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게으름의 다른 표현이라고 본다.

최근 뭔가를 하면서 집중한 기억이 있는가? 일을 하느라 식사시간을 깜빡했다거나, 책을 읽다 보니 날이 훤해졌다거나, 친구와 이야기하다 보니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갔던 경험 말이다. 그게 바로 집중이다.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런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 그런 목적성보다는 뭔가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때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그런 시간이 축적되면 뭔가 좋은 관계도 성과도 만들어진다.

난 가끔 새벽에 글을 쓸 때 이런 몰입을 경험한다. 앙드레 가뇽의 CD를 틀어놓고 하는데 어느 순간 음악이 멈춰 있는 걸 발견한다. 대화를 할 때도 간혹 있다. 최근 어떤 사람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계를 보니 3시간이 흐른 것이다. 팟캐스트를 녹음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세 사람이 내가 쓴 책에 대해 질문하고 대화를 하는 방식인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난 것이다.

최경주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은 덕분에 우승을 한 것이다. 2007년 AT&T 대회 당시 3라운드가 끝났을 때 그는 선두에 2타차로 뒤지고 있었다. 그날밤 아내가 최경주에게 성경을 내밀며 읽어보라고 한 것이다.

요한복음 15장 16절이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무엇을 구하는지 다 받게 하려 함이니라”

그는 암기를 정말 못한다. 자기 전 2시간 동안 그 구절을 외웠다. 그런데 그라운드에 올라서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긴장을 했기 때문이다. “너희가”라는 첫 구절만이 생각났다. 그렇다고 볼을 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계속 기억을 되살리면서 경기를 했다. 2, 3, 4번 홀 계속 그랬다. 스코어카드 기록은 아예 캐디에게 맡기고 경기를 했다. 오로지 다음 구절이 뭐였지만 생각했다. 그러다 15번 홀에서 전광판을 봤는데 자기 이름이 1등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 순간 신기하게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17번 홀에서는 그림 같은 벙커샷이 홀인을 해서 버디를 잡았고 결국 우승을 했다.

만약 1번 홀부터 성경구절이 생각났다면 어땠을까? 그럼 "이 홀에선 이렇게 쳐야지, 저 홀에서 저렇게 쳐야지….”하고 온갖 생각을 다 하며 공을 쳤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선두와 승부에 대한 엄청난 중압감, 미디어와 경쟁자들이 주는 압박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까먹은 성경구절 덕분에 중압감을 안 느끼고 공을 칠 수 있었던 것이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최고의 장애물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중독은 산만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덜 성숙한 사람들이다. 인간은 가만히 놔두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온갖 생각이 뇌를 점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만히 있는데 집중력이 좋아질 수는 없다. 집중력은 훈련의 산물이다. 매일 근육운동으로 근육을 만들듯이 집중력 근육을 키워야 한다. 운동할 때는 운동만 하고, 앞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앞 사람과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글을 쓸 때는 글에만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