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일을 또 하고 다른 일을 다시 해

유 영 만(지식생태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또’라는 말에는 같음이라는 뜻이, ‘다시’라는 말에는 다름이라는 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또’라는 말은 같은 일을 되풀이할 때 쓰지만 ‘다시’라는 말은 어떤 목적을 위해 새롭게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에는 반복이라는 관점에서 현재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담겨 있습니다. 이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하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습니다. 즉 기존 방식이나 태도를 반성하고 다른 방법으로 해보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다시 써오라”라고 하면 지금 이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다르게 써오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만약 “보고서를 또 써오라”라고 하면 앞서 낸 보고서는 그대로 두고 다른 보고서를 하나 더 써오라는 말입니다. 비슷한 일은 자꾸 또 해야 전문성이 습득됩니다.

‘또’는 반복의 빈도와 어울리는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빈도는 강도의 필수 조건입니다. 빈도 없이는 강도가 생기지 않습니다. 빈도는 성실함의 증표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을 저절로 체득하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위대함은 작은 실천을 진지하게 반복해서 탄생합니다. 연마나 연습, 단련은 모두 지식과 기술을 반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말합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한결같이 연습하고 노력해야만 전문성의 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아웃라이어》를 쓴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했습니다. 매일 세 시간씩 십 년을 투자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빈도는 묵묵히, 꾸준히 실천하는 노력의 횟수를 말합니다. 무엇이든 저절로 내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남의 것이 내 것으로 되려면 머리보다 손을 움직이며 직접 해봐야 합니다. 손발을 움직여 실천하지 않고 머리로만 생각하는 앎은 관념적 앎에 그칠 수 있습니다. 몸을 통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체화(體化)’‘, 육화(肉化)’라고 합니다. 앎의 과정에서 몸이 개입하지 않으면 절름발이 앎에 그치고 맙니다. 몸을 움직여서 깨달아야 앎의 강도가 높아집니다.

같은 연습을 반복하되 남과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반복해야 남다른 성취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한류드라마 〈대장금〉에서 한상궁은 어린 장금이에게 물을 다시 떠오라고 말합니다. 물을 다시 떠오지만 한상궁은 다시 떠오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을 다시 떠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물을 떠오라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며 떠오라는 말입니다.

‘다시’에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낙관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다시’ 떠오르는 태양은 어제를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합니다. 반면에 ‘또’ 떠오르는 태양은 일출이라는 자연 현상의 반복을 뜻합니다.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움)처럼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변화를 시도하는 사람, 항상 변화의 여정에서 진지하게 실천을 반복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 나를 키우는 물음표

같은 일 또는 비슷한 일을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는가?

동시에 어제와는 다르게 시도하고 있는가? 반복하되 늘 새로운방법으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 Start Again

바라지만 말고…, 그것을 향해 움직여라! Don’t wish for it… work for it!

-작자 미상, 《성공명언 1001: 영한대역》, 토머스 J. 빌로드 저, 안진환 역, 쌤앤파커스,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