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와 모발습도계 

조 석 준(기후변화저널 대표, 제 9대 기상청장)

사람의 신체 각 부분은 날씨에 따라서 그 기능이 차이가 나며 변화를 한다. 그래서 날씨가 더우면 땀이 많이 나고 날씨가 추우면 몸을 떨게 마련이다. 또한 일교차가 심한 날씨가 계속되거나 건조한 기상조건이 이어지면 호흡기나 각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어 감기 같은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 머리카락을 비롯해서 몸에 나는 모든 털 역시 날씨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날씨가 급변하는 환절기에는 사람의 신체에도 많은 변화가 오기 마련인데, 그 가운데서 가장 고민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머리카락이 점점 빠지는 현상이다. 머리숱이 많은 사람이면 몰라도 그 수가 적은 사람일 경우 한 달 사이에 수백 개의 머리카락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버린다면 그것은 매우 걱정스런 일이다. 특히 가을철만 되면 탈모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그 이유는 바로 기후변화가 피부를 수축 또는 팽창시켜 털이 빠지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일년 중 9월과 10월 사이에 탈모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고, 초봄인 3월에 가장 뜸하다고 한다. 정상적인 사람은 3월 중에 하루에 15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지만 9월과 10월에는 각각 800여 개의 머리카락이 빠져서 무려 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 밖에 경찰관이나 군인 또는 학생들처럼 항상 모자를 쓰고 지내는 사람들은 탈모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특히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낮 최고기온이 섭씨 25도가 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모자를 쓰고 근무할 때는 탈모현상이 더욱 심해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유럽 사람들의 머리카락 숫자는 8만 개 정도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사람들은 그보다 많아서 약 10만 개 정도이다. 머리카락의 밀도는 부위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옆머리 부분이 1cm 당 130개 정도이고 그 밖에 뒷머리가 170개, 머리 윗부분은 200개로 가장 조밀하다고 한다. 사람 두발의 생장속도는 하루에 0.2~0.4mm인데 일년 동안 머리를 기를 경우 7cm에서 15cm 정도의 길이가 된다. 그리고 한번 빠진 털이 그 자리에 다시 나는 기간을 〈모주기〉라고 하는데 신체 부위에 따라 2년에서 6년, 또 경우에 따라서는 25년 만에 새로운 털이 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속눈썹의 경우에는 3~4개월만 지나면 새로운 털이 생긴다고 한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수분을 흡수할 때 가로 방향으로는 14퍼센트 정도 늘어나고 세로 방향으로는 12퍼센트 가량 팽창한다고 한다. 이처럼 습도에 따라 머리카락이 늘어나는 비율은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이 원리를 이용해서 <모발습도계〉라는 것을 만들어 기상관측에 사용했었다.

사람들의 머리손질을 해온 미용 전문가에 따르면 같은 헤어스타일이라도 그날의 날씨에 따라서 손질 후에 모양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손질한 머리가 쉽게 헝클어지는데 그 이유는 바로 습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10퍼센트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 될 때는 머리 모양을 단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비가 오는 날보다는 맑은 날을 택해서 머리손질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하겠다.

날씨는 이와 같이 신체의 모든 부위에 미묘한 영향을 끼치므로 날씨에 따라 자신의 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잘 관찰한 다음, 이를 토대로 건강관리를 한다면 보약이 따로 필요 없는 바람직한 건강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